오락실/리뷰

파라노마사이트:혼조의 7가지 미스터리 2023

클레이모어 2024. 11. 6. 08:45


2023년, RPG명가 스퀘어에닉스에서 보기 드문 장르의 게임을 발매했습니다.
[파라노마사이트 : 혼조의 7가지 미스터리]
와우. 제목이 뭔가 거창하군요.

백년의 봄날은 가고


뭐 사실 스쿠에니는 1년 전쯤에 [백 년의 봄날은 가고]를 통해 FMV 미스터리 어드벤처물을 발표했던 전력도 있긴 했지요. 이 작품은 정통 비주얼 노블 장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흔히 7대 불가사의, 7대 미스터리 같은 어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구전으로 전해오는 전설과 저주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허나 게임 내용에서도 인물 간 대화에서 언급이 되듯 말로는 "7대 저주"이지만 실제로는 저주가 9가지가 넘어간다는 등의 설정과 멘트로 정형화된 전설의 클리셰를 재치 있게 비트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이야기는 뻔한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미리 깔고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죠.




이 게임의 가장 큰 힘은 미스터리한 저주라는 기둥에 복잡하게 인물들과 세세한 이야기들이 얽혀있는 스토리에 있습니다. "저주옥"이라고 하는 사람을 저주하여 생명을 거둘 수 있는 보화와 그 영혼을 모아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 있다는 "소생의 비술"을 둘러싼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주요 골자입니다.





크게 2인 1조 4갈래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각자 또는 서로서로 영향을 주며 흘러갑니다.



특정 시점에서 특정 팀의 행동과 선택이 다른 팀의 스토리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서로 만나서 함께 협력하는 등의 재핑 시스템이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어요.


428 봉쇄된 시부야에서 - 춘스파이크


2008년 춘스파이크에서 발매된 [428 봉쇄된 시부야에서]를 해본 유저들에게는 익숙한 시스템이기도 합니다.
타임라인 플로우 차트를 통해 손쉽게 시나리오를 넘나들 수 있고, 시점의 빠른 이동과 텍스트 스킵등의 기능을 통해 멀티 엔딩 수집도 간단하게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등편의성도 만족스럽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 "리히터"
이래봬도 인기 캐릭터 투표 1위에 빛나는 쿠로스즈 미오
진심으로 남자간의 주먹싸움보다 여자들의 살기어린 말싸움이 더 무섭다.



캐릭터들의 매력 또한 게임의 특장점 중 하나.
생각보다 정상적인 인물들이 없는데 공포 미스터리물이라는 장르 아래에서 진지와 개그의 중간을 아슬아슬하게 선을 타고 넘으며 너무 심각하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극의 흐름을 잘 이끌어 나가게끔 단단하게 캐릭터들이 극을 잘 이끌어 나갑니다.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안내인 할아버지


그리고 게임이기에, 게임만이 표현할 수 있는 게임 시스템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자 이 게임의 가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본작의 주제와 결말을 관통하는 핵심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자세한 내용은 직접 게임을 통해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아쉬운 점들도 있습니다.
1980년대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일본의 전통전승문화나 실제 구전설화, 전설등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정서적인 공감대가 없고 내용 자체도 이해하기가 어려워 스토리 몰입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자료" 기능을 통해 관련 내용을 상세히 읽어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지만 계속 찾아보고 열람해 봐야만 하는 것이 게임 진행에 있어 피로감을 주더군요.




초반 프롤로그 정도에만 공포 요소가 강하고 이는 주로 점프스퀘어에 몰빵 되어 있습니다. 허나 이후 본편부터는 공포 요소보다는 미스터리와 이야기 진행에 비중이 더욱 실려있어 조여 오는 서스펜스를 다소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밋밋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https://lifeculture.tistory.com/1467

파라노마사이트 : FILE 23 혼조 7대 불가사의 한글 패치 / 한글판 다운

파라노마사이트 : FILE 23 혼조 7대 불가사의(PARANORMASIGHT: The Seven Mysteries of Honjo)의 한글 패치가 배포되었습니다.■ 게임명 : 파라노마사이트 : FILE 23 혼조 7대 불가사의■ 플랫폼 : PC 스팀■ 출

lifeculture.tistory.com


한국어를 공식 지원하지 않고 유저의 한글패치가 존재합니다만 번역 퀄리티가 조금은 아쉽습니다.
캘리 풍의 서체나 콧쿠리상(분신사바) 패드의 현지화 같은 것은 매우 훌륭하지만 문체에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거나 존댓말 반말을 혼용하여 극의 몰입을 간간히 깨뜨리는 것이 느껴집니다. 지극히 사소한 것이지만 다소 예민한 분들에게는 거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치밀한 스토리와 캐릭터의 힘, 그리고 ***적인 시스템의 가치. 크게 어렵지 않은 난이도.
10시간 남짓 길지 않은 플레이 시간.
메타크리틱 점수 85점.

비주얼 노블의 팬이라면 이 게임을 해볼 이유는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