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게임 이야기

엘든링

클레이모어 2024. 11. 13. 20:33

이 게임을 만나고 내 저주받은 똥손과 시련을 이기지 못하는 내 인내심이 원망스러웠다.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기엔 너무너무 게임이 아쉬웠기에 PS5판 패키지를 과감하게 버리고 스팀판을 재구매했다.
그리고 금단의 치트. 트레이너를 이용해서
적에게 주는 대미지 배수 1.5배, 받는 대미지 1/2 배수를 적용했더니, 내 자체이지 난이도가 되어 이 게임을 클리어까지 씹고 뜯고 맛볼 수 있었다.

한 친구는 내게 말했다.

"하 인마. 게임 손나 재미없게 하네."

응. 아니야. 난 이게 더 재밌어.
넌 고통 속에서 시련을 딛고 마침내 성취해 내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나 보지만 난 어려운 난이도에 고통을 받는 것이 더욱 싫단 말이다.

그리고 내가 트레이너를 쓰지 않았다면 엘든링의 다채로운 지역들을 탐험하는 재미와 어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기가 막힌 디자인의 갖가지 던전들과 보스들을 만나 볼 수 있겠는가? 싶은 생각에 자기 방위를 해 봤다.

모든 것은 시간의 제약과 관련이 있다.
하루에 겨우 한두 시간 짬 내어 게임을 하는데
이틀이고 사흘 나흘동안 몹 하나랑 다투고 있는 것은 그 시간이 아까워 견디기가 힘들다.

나는 과정보다는 결과로만 성취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어릴 때는 마냥 즐겁기만 했던 RPG 레벨막일, 재료 수집. 같은 것이 이제는 매우 곤욕이다. 과정이 재밌기라도 하면 기꺼이 하겠는데 대부분 그렇지가 못 하거든.

전투 배속, 재료 개수 조정, 경험치 배속 등은 이제 거의 필수다. 자체 보정이 없다면 트레이너를 고민 없이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부턴가 이런 류의 게임들은 PC판으로 구매하거나 아예 안 하게 된다.

게이머로써의 마지막 자존심이랍시고 무적이라던지 무한 마나 무한 아이템 사용 등 난이도를 아예 없애버릴 정도의 보정은 하지 않는다.
그래. 우습겠지만 이게 내 마지막 자존심이다.

한 때는 무한 탄약 같은 치트키를 쓰지 않으면 바이오 하자드나 데드 스페이스.. 등등의 액션게임을 클리어하지 못할 때도 있었는데 콘솔 게임을 하게 되고 게임 자체적으로도 난이도 조절과 편의성이 많이 추가가 되어 이젠 그런 치트의 도움 없이도 잘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쉬운 난이도로)

여전히 로그라이크 소울라이크 메트로바니아는 이쪽에서 많이 벗어나 있어서 하질 못 한다.

이것도 많이 하다 보면 잘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러기엔 들여야 하는 내 노력과 시간이 아깝고... 그런 걸 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게임이 얼마든지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할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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